대순전경 제 3 장 문도(門徒)의 추종(追從)과 훈회(訓誨)
제 3 장 문도(門徒)의 추종(追從)과 훈회(訓誨)
3-1 임인(壬寅) 사월(四月)에 천사 김형렬의 집에 머무르시며 공사를 행하시니 김자현 김갑칠 김보경 한공숙 등이 차례로 따르니라.
3-2 계묘(癸卯) 정월에 전주부에 이르사 서원규 약방에 머무르시니 원규와 김병욱 김윤찬 등이 따르니라.
3-3 한 사람이 물어 가로대 금년에는 어떤 곡종(穀種)을 심음이 좋으리이까 천사 가라사대 일본 사람이 녹(祿)줄을 띠고 왔으니 일본종을 취하여 심으라 또 생계(生計)의 모든 일에 그들을 본받으라 녹줄이 따라 들리라 하시니라.
3-4 장익모가 그 어린 아들을 심히 사랑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복은 위로부터 나리는 것이요 아래에서 치오르지 아니 하나니 부모를 잘 공경하라 하시니라.
3-5 천사 비록 미천한 사람을 대할지라도 반드시 존경하시더니 형렬의 종 지남식에게도 매양 존경하시거늘 형렬이 여쭈어 가로대 이 사람은 나의 종이오니 존경치 말으소서 천사 가라사대 이 사람이 그대의 종이니 내게는 아무 관계도 없나니라 하시며 또 일러 가라사대 이 마을에서는 어려서부터 숙습(熟習)이 되어 창졸간(倉卒間)에 말을 고치기 어려울지나 다른 곳에 가면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다 존경하라 이 뒤로는 적서(嫡庶)의 명분(名分)과 반상(班常)의 구별(區別)이 없느니라.
3-6 하루는 형렬이 어떤 친족에게 합의(合意)치 못한 일이 있어서 모질게 꾸짖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오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요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니라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사(行事)는 마음의 자취라 말을 좋게하면 복이 되어 점점 큰 복을 이루어 내 몸에 이르고 말을 나쁘게 하면 재앙이 되어 점점 큰 재앙을 이루어 내 몸에 이르나니라.
3-7 을사년 봄에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이르사 여러날 동안 머무르실 때 보경이 함열읍 사람 김광찬을 천거하여 추종케 하고 또 소진섭과 임피 군둔리 김성화가 차례로 따르니라.
3-8 하루는 임피 오성산(五聖山)에 가셔서 세상이 칭찬할만한 곳이라 하시니라
3-9 하루는 심심하니 세상이 한 번 욱끈하게 웃을 일을 꾸며 보리라 너희들은 앉아서 웃어 보아라 많이 미칠 것이라 하시니라.
3-10 하루는 천사 어렸을 때에 지은 글이라 하사 「운래중석하산원(運來重石何山遠) 장득척추고목추(粧得尺椎古木秋)」를 외워주시며 「선생문명(先生文明)이 아닐런가」라고 심고하고 받으라 하시고 「상심현포청한국(霜心玄圃淸寒菊) 석골청산수락추(石骨靑山瘦落秋)」를 「선영문명(先靈文明)이 아닐런가」라고 심고하고 받으라 하시고 「천리호정고도원(千里湖程孤棹遠) 만방춘기일광원(萬方春氣一筐圓)」을 「선왕문명(先王文明)이 아닐런가」라고 심고(心告)하고 받으라 하시고 「시절화명삼월우(時節花明三月雨) 풍류주세백년진(風流酒洗百年塵)」을 「선생선영선왕합덕문명(先生先靈先王合德文明)이 아닐런가」라고 심고하고 받으라 하시고 「풍상열력수지기(風霜閱歷誰知己) 호해부유아득안(湖海浮遊我得顔) 구정만리산하우(驅情萬里山河友) 공덕천문일월처(供德千門日月妻)」를 「우리의 득의추(得意秋)가 아닐런가」라고 심고하고 받으라 하신 뒤에 「시세(市勢)를 짐작(斟酌)컨데 대인보국정지신(大人輔國正知身) 마세진천운기신(磨洗塵天運氣新) 유한경심종성의(遺恨警深終聖意) 일도분재만방심(一刀分在萬方心)」이라 창(唱)하시며 가라사대 이 글은 민영환의 만장(挽章)이니 「일도분재만방심(一刀分在萬方心)」으로 세상 일을 알게 되리라 하시고(이 뒤에 민영환 순절(殉節)함) 또 가라사대 「사오세무현관(四五世無顯官)하니 선령(先靈)은 생유학사학생(生幼學死學生)이요 이삼십불공명(二三十不功名)하니 자손(子孫)은 입서방출석사(入書房出碩士)」라 하시니라.
3-11 병오(丙午) 사월에 예수교당에 가사 모든 의식(儀式)과 교의(敎義)를 문견(聞見)하신 후에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족히 취(取)할 것이 없다 하시니라.
3-12 하루는 종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세상에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장차 천하를 크게 문명(問名)케하여 써 천지의 역사(役事)를 시키려 함인데 현하(現下)에 학교 교육이 학인(學人)으로 하여금 비열(卑劣)한 공리(功利)에 빠지게 하니 그러므로 판 밖에서 성도(成道)하게 되었노라.
3-13 천사께서 함열에 많이 계셨는데 이것은 만인함열(萬人咸悅)의 뜻을 취함이라 하시더라 천지공사를 행하시므로부터 두루 순회(巡廻)하시는 곳은 전북 칠군(七郡)이니 곧 전주 태인 정읍 고부 부안 순창 함열이러라.
3-14 정남기가 일진회원(一進會員)이 되어 천사의 가입을 강권(强勸)하며 회원 십여인으로 더불어 천사의 두발(頭髮)을 늑삭(勒削)코저하여 가위로 베이되 베어지지 않는지라 천사께서 머리 한모습을 친히 베이시며 가라사대 내 이것으로써 여러 사람의 뜻을 풀어주노라 하시고 웃으시며 정남기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는 너희 보좌(補佐)가 되리라 하신 후 다시 남기에게 탈회(脫會)하기를 권하사 네가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면 일후에 후회 막급이리라 하시더니 과연 그 후에 남기는 패가망신하고 그 유족(遺族)이 유리(遊離)하니라.
3-15 정미년 사월에 신원일을 데리시고 태인 관왕묘(關王墓) 제원(祭員) 신경원의 집에 가서 머무르실새 경원에게 일러 가라사대 관운장이 조선에 와서 극진한 공대를 받았으니 보답으로 당연히 공사에 진력(盡力) 협조함이 가하리라 하시고 양지에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경원은 처음보는 일이므로 이상히 생각하더니 다음날 경원이 다른 제원들로 더불어 관왕묘에 들어가 봉심(奉審)할 때 삼각발(三角鬚)의 한 갈래가 떨어져 없어진지라 모든 제원들은 이상하게 생각하되 오직 경원은 천사께서 전날 하신 일을 회상(回想)하고 관운장이 공사에 진력 협조하였음을 표시하기 위하여 소상(塑像)에 그 표적(表迹)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니라 이 뒤로 신경원 김경학 최창조 최내경 최덕겸 등이 따르니 모두 태인 사람이더라.
3-16 오월에 천사 형렬의 집을 떠나시며 가라사대 이 길이 길행(吉行)이라 한 사람을 만나려 함이니 장차 네게 알리리라 하시고 용암리 물방앗간 집에 머무르시다가그 앞 주막에서 정읍사람 차경석을 만나시니라 경석은 전주로 가는 길에 이 주막에서 잠간 쉬더니 천사 대삿갓에 푸단님으로 김자현 등 두어사람을 데리고 오니 경석이 그 소탈(素脫)한 가운데 씩씩한 기운을 띄우신 의표(儀表)와 순진(純眞)한 가운데 꾸밈이 없는 언어동지(言語動止)를 보고 비범히 여겨 말씀을 청하니 천사 온화하게 대답하시고 술을 마시실 때 닭국 한 그릇을 경석에게 권하시니 경석이 받음에 문득 벌 한 마리가 국에 빠지거늘 경석이 수저를 멈추니 천사 가라사대 벌은 규모있는 벌레니라 하시더라.
3-17 경석이 물어 가로대 무슨 업(業)을 하시나이까 천사 웃으시며 가라사대 의원 노릇을 하노라 또 물어 가로대 어느 곳에 머무르시나이까 가라사대 나는 동역객서역객(東亦客西亦客) 천지무가객(天地無家客)이로다 경석이 천사의 지식을 시험코자하여 다시 물어 가로대 어떻게 하면 인권(人權)을 많이 얻으리이까 가라사대 폐일언(蔽一言)하고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니라 가로대 자세한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가라사대 사람 기르기가 누에 기르기와 같아서 일찍 내이나 늦게 내이나 먹이만 도수에 맞게 하면 올릴 때에는 다같이 오르게 되느니라 하시더라.
3-18 경석의 이번 전주 길은 세무관과 송사(訟事)할 일이 있어서 그 문권(文券)을 가지고 가는 길인데 문권을 내어 뵈이며 가로대 삼인회석(三人會席)에 관장(官長)의 공사(公事)를 처결한다 하오니 청컨대 이 일이 어떻게 될지 판단하여 주사이다 천사 그 문권을 낭독하신 뒤에 가라사대 이 송사는 그대에게 유리하리라 그러나 이 송사로 인하여 피고의 열한 식구는 살길을 잃으리니 대인으로서는 차마 할 일이 아니니라 남아(男兒)가 반드시 활인지기(活人之氣)를 띨 것이오 살기를 띰이 불가하니라 경석이 크게 감복하여 가로대 선생의 말씀이 지당하오니 이 길을 작파(作罷)하나이다 하고 즉시 그 문권을 불사르니라.
3-19 경석은 원래 동학신도로서 손병희를 좇다가 그 처사에 불만하여 다시 길을 고치려 하는 차이라 이날 천사께 뵈임에 모든 거동(擧動)이 범속(凡俗)과 다름을 이상히 여겨 짐짓 떠나지 아니하고 저물기를 기다려서 천사의 뒤를 따라가니 곧 용암리 물방앗집이라 식사(食事)와 범절(凡節)이 너무 험악하여 잠시라도 견디기 어렵더라.
3-20 천사 경석의 떠나지 아니함을 괴로워하사 물러가기를 재촉하시되 경석이 떠나지 아니하고 자기 집으로 함께 가시기를 간청하니 천사 혹 성도 내시며 혹 욕도 하시며 혹 구축(驅逐)도 하시되 경석이 보기에는 모든 일이 더욱 범상치 아니 할 뿐아니라 수운가사(水雲歌辭)에 「여광여취(如狂如醉) 저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구다려 한말이며」라는 구절이 문득 생각키며 깊이 깨닫는 바 있어 드디어 떠나지 아니하고 열흘 동안을 머무르면서 집지(執贄)하기를 굳이 청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네가 나를 따르려면 모든 일을 전폐(全廢)하고 오직 나의 가르치는 바에만 일심하여야 할지니 이제 돌아가서 모든 일을 정리하고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라 경석이 이에 하직하고 집에 돌아와서 모든 일을 정리하고 유월 초하룻 날 다시 용암리에 와서 천사께 뵈입고 정읍으로 가시기를 간청하니 천사 다시 거절하시다가 사흘 동안을 지낸 뒤에야 허락하며 가라사대 내가 깊은 목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벗어나서 발목물에 당하였는데 이제 네가 다시 깊은 길물로 끌어 들인다 하시니라.
3-21 천사 일진회가 일어난 뒤로 삿갓을 쓰시다가 이날부터 의관을 갖추시고 경석을 데리고 물방앗집을 떠나 정읍으로 가실 때 원평에 이르사 군중을 향하여 가라사대 이 길은 남조선(南朝鮮) 뱃길이니 짐을 채워야 떠나리라 하시고 술을 나누어 주시며 또 가라사대 이 길은 성인 다섯을 낳는 길이로다 하시니 모든 사람은 그 듯을 알지 못하더라 다시 떠나시며 가라사대 대진은 하루 삼 십리씩 가느니라 하시니 경석이 노정(路程)을 헤아려서 고부 솔안에 이르러 친구 박공우의 집으로 천사를 뫼시니 공우도 또한 동학신도로서 마침 사십구일동안 기도하는 때더라.
3-22 천사 경석과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통정신(通精神)이 나오노라 나의 일은 비록 부모 형제 처자라도 모르는 일이니 나는 서천서역 대법국 천계탑 천하대순(西天西域 大法國 千階塔 天下大巡)이라 동학주에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였으니 내 일을 이름이라 내가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인간과 하늘의 혼란을 바로 잡으려하여 삼계(三界)를 둘러 살피다가 너의 동토(東土)에 그쳐 잔피(殘疲)에 빠진 민중을 먼저 건지려 함이니 나를 믿는 자는 무궁한 행복을 얻어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 동학(東學)이라 궁을가(弓乙歌)에 「조선강산명산(朝鮮江山名山)이라 도통군자(道通君子) 다시 난다」하였으니 또한 나의 일을 이름이니라 동학신자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更生)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라 또 가라사대 예로부터 계룡산(鷄龍山)의 정(鄭)씨 왕국(王國)과 가야(伽倻山)의 조(趙)씨 왕국과 칠산(七山)의 범(范)씨 왕국을 일러오나 이 뒤로는 모든 말이 영자(影子)를 나타내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정씨를 찾아 운수를 구하려 하지 말지어다 하시니라.
3-23 이튿날 솔안을 떠나 정읍 대흥리로 가실 때 공우를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만났을적에」하시니 공우가 문득 동학 가사에 「만나기만 만나 보면 너의 집안 운수로다」라는 구절이 깨달려 드디어 따라 나서니라.
3-24 이날 대흥리 경석의 집에 이르사 가라사대 나의 이르는 곳을 천지에 알려야 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서쪽 벽에 붙이시니 문득 우뢰가 크게 일어나거늘 천사 속하다 하시고 그 글을 떼어 무릎 밑에 넣으시니 우뢰가 곧 그치는지라 공우는 크게 놀래어 감복하고 마을 사람들은 뜻밖에 일어나는 백일(白日) 뇌성(雷聲)을 이상히 여기니라 우뢰를 거두시고 경석에게 물어 가라사대 이 집에서 지난 갑오년 겨울에 세 사람이 동맹한 일이 있었느냐 대하여 가로대 그러하였나이다 가라사대 그 일로 인하여 모해자(謀害者)의 밀고로 너의 부친이 해를 입었느냐 경석이 울며 가로대 그러하였나이다 또 가라사대 너의 형제들이 그 모해자에게 큰 원한을 품어 복수하기를 도모하느냐 대하여 가로대 자식의 도리에 어찌 복수할 마음을 갖지 아니 하오리까 가라사대 너희들이 복수할 마음을 품고 있음을 너의 부친이 크게 걱정하여 이제 나에게 고하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는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할 때라 만일 악을 악으로 갚으면 되풀이 되풀이로 후천(後天)에 악의 씨를 뿌리는 것이 되나니 너희들이 나를 따르려면 그 마음을 먼저 버려야 할 지니 잘 생각하라 경석이 이에 세 아우로 더불어 별실(別室)에 들어가서 서로 위로하여 그 원한을 풀기로 하고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그러면 뜰 밑에 짚을 펴고 청수(淸水) 한동이를 길어 놓고 그 청수를 향하여 너의 부친을 대한 듯이 마음 돌렸음을 고백하라 경석이 그대로 하여 사형제가 설움에 복받쳐서 청수동이 앞에서 크게 우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너의 부친이 너무 슬픈 울음을 오히려 불쾌히 여기니 그만 그치라 하시니라 그 뒤에 「천고춘추아방궁(千古春秋阿房宮) 만방일월동작대(萬方日月銅雀臺)」를 써서 벽에 붙이사 경석으로 하여금 복응(服膺)케 하시니라.
3-25 이 뒤에 동학 신도 안내성 문공신 황응종 신경수 박장근 등이 서로 이어 따르니라.
26 천사께서 이도삼에게 글 삼자(三字)를 부르라 하심에 도삼이 천 지 인(天 地 人) 삼자를 부르니 천사 글을 지어 가라사대 천상무지천(天上無知天) 지하무지지(地下無知地) 인중무지인(人中無知人) 지인하처귀(知人何處歸)요 하시니라.
3-27 이때에 김광찬은 구릿골에 있어 차경석의 종사(從事)함을 싫어하며 가로대 경석은 본래 동학 여당(餘黨)으로 일진회에 참가하여 의롭지 못한 일을 많이 행하였거늘 이제 도문(道門)에 들임은 선생이 정대(正大)치 못하심이라 우리가 힘써 마음을 닦아온 것이 다 쓸데 없게 된다 하고 날마다 천사를 원망하거늘 형렬이 민망하여 천사께 와 뵈옵고 광찬이 불평 품은 일을 아뢰며 가로대 어찌 이런 성질가진 자를 문하(門下)에 두셨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용이 물을 구할 때에 비록 가시덤불이 길을 막을지라도 회피하지 아니 하느니라 돌아가서 잘 무마하라 하시니라.
3-28 하루는 경석에게 「계분수사파(溪分洙泗派), 봉수무이산(峯秀武夷山), 금회개제월(襟懷開霽月), 담소지광란(談笑止狂瀾), 활계경천권(活計經千券), 행장옥수간(行裝屋數間), 소신구문도(小臣求聞道), 비투반일한(非偸半日閑)」의 고시(古詩)를 외워주시고 경석을 데리고 순창 농바우 박장근의 집에 이르러 가라사대 이제 천하대세를 회문산(回文山) 오선위기형(五仙圍碁形)의 형세(形勢)에 붙여 돌리노니 네게 한 기운을 붙이노라 하시고 그 집 머슴을 불러 가라사대 어젯 밤에 무슨 본 일이 있었느냐 머슴이 대하여 가로대 어젯밤 꿈에 한 노인이 농바우를 열고 갑옷과 투구와 큰 칼을 내어주며 이것을 가져다가 주인을 찾아 전하라 하므로 내가 받아다가 이 방에 두었는데 곧 차경석의 앉은 자리나이다 하니라 대저 그 지방에서는 농바우 속에 갑옷과 투구와 긴 칼이 들어있는데 장군이 나면 내어가리라는 말이 전하여 오니라.
3-29 농바우에서 수일 동안 일을 행하시고 돌아오실 때에 글 한 수를 외우시니 이러하니라 「경지영지불의쇠(經之營之不意衰) 대곡사노결대병(大斛事老結大病) 천지권우경지사(天地眷佑境至死) 만사아손여복장(漫使兒孫餘福葬)」
3-30 태인 고현내 행단(杏壇)에 이르사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공자가 행단에서 강도(講道)하였나니 여기서 네게 한 글을 전하리라 하시고 옛글 한 장을 외워 주시며 잘 지키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부주장지법(夫主將之法) 무람영웅지심(務攬英雄之心) 상록유공(賞祿有功) 통지어중(通志於衆) 여중동호미불성(與衆同好靡不成) 여중동오미불경(與衆同惡靡不傾) 치국안가(治國安家) 득인야(得人也) 망국패가(亡國敗家) 실인야(失人也) 함기지류(含氣之類) 함원득기지(咸願得其志)」 또 가라사대 내 일은 수부(首婦)가 들어야 되는 일이니 네가 일을 하려거든 수부를 들여 세우라 하시니라 경석이 천사를 뫼시고 돌아와서 그 이종매 고부인(姨從妹 高夫人)을 천거(薦擧)하니라.
3-31 동짓달 초사흗날 천사께서 고부인을 맞아 결혼하실새 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너를 만나려고 십오년 동안 정력(精力)을 들였나니 이로부터 천지대업(天地大業)을 내게 맡기리라」하시고 인하여 부인을 옆에 끼시고 붉은 책과 누른 책 각 한권 씩을 앞으로부터 번갈아 깔며 그 책을 밟으며 방에서 마당에까지 나가사 남쪽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네 번 절하라 하시고 다시 그 책을 번갈아 깔며 밟아서 방으로 들어오시니라.
3-32 인하여 부인에게 모든 일을 가르치시며 문명(文命)을 쓰실 때에도 반드시 부인의 손에 붓을 쥐게 하시고 천사께서 등 뒤에 겹쳐 앉으 사 부인의 손목을 붙들어 쓰이시니라.
3-33 또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접주(接主)가 되라 나는 접사(接使)가 되리라 이 뒤로는 출입을 폐하고 집을 지키라 이것은 자옥도수(自獄度數)니라 하시니라.
3-34 이달에 구릿골에 이르 사 공사를 보시고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머리를 깎으리니 너도 또한 머리를 깎으라 형렬이 마음으로는 싫어하나 억지로 대답하였더니 또 갑칠을 불러 가라사대 내가 머리를 깎으리니 내일 대원사(大願寺)에 가서 금곡(錦谷) 주지(住持)를 불러오라 하시거늘 형렬이 근심하였더니 그 뒤에 다시 말씀치 아니하시니라.
3-35 공우가 처음으로 천사를 뫼시고 구릿골로 올 때 한 대장이 갑주를 갖추고 칼을 짚고 제비산 중턱에 서 있는 것이 보이더라 이날 밤에 김준상의 집에 머무를 때에 어떤 사람이 와서 헌병(憲兵)이 당신을 잡으려고 이 밤에 구릿골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고 아뢰니 천사 들으시고 태연히 계시다가 저녁에 형렬의 집으로 가시니라 공우와 여러 종도들은 준상의 집에서 잘 새 다른 사람들은 깊이 잠들었으나 공우는 헌병이 올까 두려워서 뒷산에 올라 망을 보고 있더니 야반(夜半)에 원평쪽으로부터 등촉(燈燭)가진 사람 오륙인이 구릿골을 향하고 오다가 정문에 이르러 불이 꺼지므로 크게 두려워하여 준상의 방에 들어와 여러 종도들을 깨워서 같이 도피하려 하였으나 깊이 든 잠이 쉽게 깨어지지 않으므로 시간은 한식경이나 지났으되 아무 기척이 없거늘 이에 안심하고 잤더니 익일에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대장은 도적을 잘 지켜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3-36 박공우가 비밀히 일진회 사무소에 들어갔더니 천사께서 문득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한 몸으로 두마음을 품는 자는 그 몸이 찢어지고 한 어깨에 두 짐을 지면 더수기가 찢어지나니 주의하라 하시거늘 공우가 놀라서 다시는 비밀한 일을 하지 못하고 일진회 관계도 아주 끊으니라.
3-37 공우 천사를 따른 뒤로 여러 제자들이 모두 보발(保髮)하였으므로 삭발(削髮)한 자신이 한 물에 싸이지 못함을 불안하게 생각하여 머리를 길러 수삭(數朔)후에 솔잎 상투에 갓 망건을 쓰고 다니더니 하루는 금구를 지나다가 전일 일진회 동지 십여인을 만남에 일진회원들이 공우의 장발하였음을 조소하며 붙들고 늑삭(勒削)하여 버린지라 공우 집에 돌아와서 두어달 동안 출입을 폐하고 다시 머리를 기르더니 뜻밖에 천사께서 이르사 공우에게 수삭동안 나오지 아니한 이유를 물으시거늘 공우 황공하여 일진회원들에게 늑삭당한 경과를 아뢰고 다시 삭발한 모습으로 선생을 뵈옵기가 황송하므로 집에 있으면서 머리를 다시 길러 관건(冠巾)을 차린 뒤에 선생께 뵈이려 한다는 뜻을 아뢰니 천사 가라사대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로니 머리에 무슨 관계가 있으리오 하시고 공우를 데리시고 구릿골로 오시니라.
3-38 하루는 형렬에게 옛글을 외워주시며 잘 지키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부용병지요(夫用兵之要) 재숭례이중록(在崇禮而重祿) 예숭즉의사지(禮崇則義士至) 녹중즉지사경사(祿重則志士經死) 고록현불애재(故祿 賢 不愛財) 상공불유시(賞功 不逾時) 즉사졸병적국삭(則士卒竝 敵國削)」
3-39 또 형렬에게 옛글을 외워주시며 잘 기억하라 하시니 이러 하니라 「처세유위귀(處世柔爲貴) 강강시화기(剛强是禍基) 발언상욕눌(發言常欲訥) 임사당여치(臨事當如痴) 금지상사완(急地常思緩) 안시불망위(安時不忘危) 일생종차계(一生從此計) 진개호남아(眞個好男兒)」
3-40 또 형렬에게 옛글을 외워주시니 이러하니라 「명울천강심공조(明月千江心共照) 장풍팔우기동구(長風八隅氣同驅)」 또 가라사대 너는 좌불(坐佛)이 되어 처소(處所)를 잘 지키라 나는 유불(遊佛)이 되리라 하시니라.
3-41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시속에 남조선(南朝鮮) 사람이라 이르나니 이는 남은 조선사람이란 말이라 동서(東西) 각 교파에 빼앗기고 남은 못난 사람에게 길운(吉運)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니들을 잘 가르치라 하시니라.
3-42 하루는 형렬을 명하사 종이에 육십사괘(六十四卦)를 점치고 이십사방위자(二十四 方位字)를 둘러 쓰이사 태양을 향하여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여야동거(與我 同居)하자 하시고 형렬을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잘 믿는 자에게 해인(海印)을 전하여 주리라 하시니라.
3-43 또 가라사대 선비는 반드시 몸에 지필묵(紙筆墨)을 가져야 하나니라.
3-44 또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선비는 대학경일장장하(大學經一章章下)를 알아두어야 하나니라 하시고 외워주시니 이러하니라 「우경일장(右經一章) 개공자지언이증자술지(蓋孔子之言而曾子述之) 기여십장즉(其餘十章則) 증자지의이문인기지야(曾子之意而門人記之也) 구전파유착간(舊傳頗有錯簡) 금인정자소정이갱고경문(今因程子所定而更考經文) 별유서차여좌(別有序次如左)」
3-45 또 형렬에게 옛글을 외워주시며 잘 기억하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여유일개신단단해(如有一介臣斷斷해) 무타기(無他技) 기심휴휴언(其心休休焉) 기여유용(其如有容) 인지유기(人之有技) 약기유지(若己有之) 인지언성(人之彦聖) 기심호지(其心好之) 불시여자기구출(不?如自其口出) 시능용지(是能容之) 이보아자손여민(以保我子孫黎民) 상역직유리재(尙亦職有利哉) 인지유기(人之有技) 모질이오지(冒疾以惡之) 인지언성(人之彦聖) 이위지비부달(而違之?不達) 시불능용(是不能容) 이불능보아자손여민(以不能保我子孫黎民) 역왈태재(亦曰殆哉)」
3-46 또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모든 말을 묻는 자가 있거든 듣고 실행(實行)이야 하든지 아니 하든지 너는 바른대로만 일러주라 하시니라.
3-4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세상에 성(姓)으로 풍(風)가가 먼저 났었으나 전하여 오지 못하고 사람의 몸에 들어 다만 체상(體相)의 칭호로만 쓰게되어 풍신(風身) 풍채(風采) 풍골(風骨) 등으로 일컫게 될 뿐이오 그 다음에 강(姜)가가 났었나니 강가가 곧 성의 원시(原始)라 그러므로 이제 개벽시대를 당하여 원시로 반본(返本)되는 고로 강가가 일을 맡게 되느니라.
3-48 부친으로 하여금 일상 생활에 매양 자력(自力)을 쓰도록 하시고 평소에 허물지은 것을 생각하여 허물닦기를 힘쓰라하사 종도들 중에 혹 물품이나 금품을 드리는 것을 엄금하시더니 어떤 종도가 집이 너무 협착(狹窄)함을 민망히 여겨 그보다 큰 집을 사드린 자가 있거늘 천사 꾸짖어 가라사대 네가 어찌 나의 부친을 도적을 만들려 하느냐 하시고 다시 일러 가라사대 속 모르는 사람은 나에게 불효라 할지나 나는 부친의 앞 길을 닦아 드리려 함이로다 내가 항상 가늠을 놓고 보는데 만일 그 가늠에 어그러지면 허사가 되나니 너희들이 부친의 빈궁(貧窮)하심을 민망히 여겨 원조하여 드리고 싶거든 먼저 나에게 말하면 그 가늠을 변경하리라 하시니라.
3-49 매양 옛사람을 평론(評論)하실 때 강태공(姜太公) 석가모니(釋迦牟尼) 관운장(關雲長) 이마두(利瑪竇)를 칭찬하시니라.
3-50 무신(戊申) 유월에 광찬에게 물어가라사대 촌 양반은 너를 어떻게 불러 왔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고을 아전이라고 불렀으리이다 또 가라사대 촌 양반은 고을 아전에게 아전놈이라 부르고 고을 아전은 촌 양반에게 양반놈이라 부르나니 이것이 모두 불평(不平)줄이라 이제 너와 내가 서로 화해하면 천하가 다 화평하리라 하시니라.
3-51 칠월에 백암리에 계실 새 김영학이 경학의 천인(薦引)으로 와서 뵈이거늘 칠일이 지나도록 더불어 말씀치 아니하시니 영학이 크게 분해 하는지라 공우와 원일이 일로 가로대 성의(誠意)로써 사사(師事)하기를 청하면 밝게 가르치시리라 하니 영학이 그 말을 좇아 천사께 사사하기를 청한 대 천사 허락하시더니 문득 크게 꾸짖으시거늘 영학이 한편으로는 공구(恐懼)하고 한편으로는 분(憤)하여 문외(門外)로 나간지라 이윽고 영학을 불러 가라사대 너를 꾸짖는 것은 네몸에 있는 두 척신(慽神)을 물리치려 함이니 너는 불평히 생각지 말라 영학이 가로대 무슨 척신이온지 깨닫지 못하겠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가 십팔세에 살인(殺人)하고 금년에도 살인하였나니 잘 생각하여 보라 영학이 생각하니 십팔세에 남원에서 전주 아전 김모와 교어(交語)하다가 그 무례한 말에 노하여 화로를 던져 그 두부(頭部)를 타상(打傷)하였더니 이로부터 신음하다가 익년(翌年) 이월에 사망하였고 금년 봄에 장성 맥동에 거주하는 외숙 김요선이 의병에게 약탈을 당한 고로 의병 대장 김영백을 장성 백양사에서 찾아보고 그 비행을 꾸짖었더니 영백이 사과하고 범인을 조사하여 포살(砲殺)한 일이 있으므로 비로소 황연(恍然)히 깨달아 아뢰인대 천사 가라사대 정히 그러하다 하시니라.
3-52 대흥리에 계실 때 하루는 차경석 안내성 박공우를 데리고 앞 내에 나가 목욕하실 새 경석을 명하사 백염 일국(白鹽 一堯)을 가져다가 물 위에 뿌리게 하시고 물에 들어서시며 가라사대 고기잡이를 하리라 하시더니 문득 경석의 다리를 잡고 가라사대 큰 이무기를 잡았다 하시거늘 경석이 가로대 내 다리로소이다 하니 천사 가라사대 그렇게 되었느냐 하시고 놓으시니이라.
3-53 하루는 형렬이 밖에 나갔다가 예수교인에게 큰 패욕을 당하고 돌아와서 천사께 그 일을 아뢰니 가라사대 청수를 떠놓고 스스로 허물을 살펴 뉘우치라 형렬이 명하신 대로 하였더니 그 뒤에 그 예수교인이 병들어서 사경(死境)에 이르렀다가 어렵게 살아났다 하거늘 형렬이 듣고 아뢰니 가라사대 이 뒤로는 그런 일을 당하거든 조금도 그를 원망치 말고 스스로 몸을 살피라 만일 허물이 네게 있는 때에는 그 허물이 다 풀릴 것이요 허물이 네게 없을 때에는 그 독기(毒氣)가 본처(本處)로 돌아 가느니라.
3-54 안내성에게 일러 가라사대 농사를 힘써 밖으로 봉공의무(奉公義務)와 안으로 선령제사(先靈祭祀)와 제가양육(齊家養育)의 일을 힘써 몸을 잘 닦을 지어다 하시니라.
3-55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죽을 사람을 가려내라 공우 이윽히 생각하다가 가로대 道人으로서 表裏가 같지 아니한 자가 먼저 죽어야 옳으니이다 천사 대답치 아니하시고 또 물어 가라사대 살 사람은 누구이겠느냐 가로대 들판에서 농사짓는 사람과 山中에서 火田파는 사람과 남에게 맞고도 대항치 못하는 사람이 살아야 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네 말이 옳으니 그들이 上等 사람이니라.
3-56 공우 물어 가로대 동학주(東學呪)에 강(降)을 받는 자가 많이 있으되 나는 강을 받지 못하였나이다 가라사대 이는 다 제우강(濟愚降)이요 천강(天降)은 아니니라 천강을 받은 자는 병든자를 한 번 만져도 앗고 건너보기만 하여도 낫느니라.
5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김병욱이 남의 나라 일만 힘쓰니 그 食祿을 떼리라 하시더니 그 뒤에 공우 전주에 가서 병욱을 찾으니 생도(生道)가 궁핍하여 가구(家具)를 전당(典當)하여 경과(經過)하거늘 돌아와서 아뢰니 천사 웃으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더니 그 뒤에 다시 전주에 가서 병욱을 만나니 생계(生計)가 다시 넉넉하여 졌더라.
3-58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대인의 도를 닦으려는 자는 먼저 아내의 뜻을 돌려 모든 일에 순종(順從)케 하여야 하나니 아무리 하여도 그 마음을 돌리지 못할 때에는 더욱 굽혀 예(禮)를 갖추어 경배(敬拜)하여 날마다 일과(日課)로 하면 마침내 순종하게 되나니 이것이 옛사람의 법이니라.
3-59 또 가라사대 자고로 부인을 존신(尊信)하는 일이 적었으나 이 뒤로는 부인도 각기 닦은 바를 따라 공덕(功德)이 서고 신앙이 모여 금패(金牌)와 금상(金像)으로 존신(尊信)의 표(表)를 세우리라.
3-60 공우 천사를 모시고 태인읍을 지날 때 한 젊은 여자가 지나거늘 공우 체면상 바로 보지는 못하였으나 그 아름다운 태도를 사모하여 잊지 못하더니 천사 알으시고 일러 가라사대 색(色)은 남자의 정기(精氣)를 모손(耗損)케 하는 것이니 이 뒤로는 여자를 만나볼 때에 익히 보고 마음에 두지말라 하시거늘 공우 깨닫고 그 뒤로는 여자를 대할 때에 매양 명하신 대로 하니 마음에 탐욕이 일어나지 않더라.
3-61 이 뒤에 공우 다시 천사를 모시고 태인읍을 지날 때 두 노파가 지나거늘 천사 길을 비켜 외면(外面)하고 서사 다 지나가기를 기다려 길을 가시며 가라사대 이제는 해원시대라 남녀의 분별을 틔워 각기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풀어 놓았으나 이 뒤에는 건곤(乾坤)의 위차(位次)를 바로잡아 예법(禮法)을 다시 세우리라.
3-62 공우가 천사를 모시고 태인 감곡면(원(元)은곡면) 산직촌 앞을 지나실 새 물어 가라사대 복(福)을 얼마나 지니면 쓰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많이 지녀야 하겠나이다 어디다 쓰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빈핍(貧乏)하여 의식(衣食)이 없는 사람을 먹이고 입혀야 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복이 너무 많으면 귀(貴)치 않으니 웬만큼 지녀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3-63 하루는 천원에 계실 때 참외를 드린 자가 있거늘 천사 맛보지 않고 두셨더니 공우 한 개를 먹음에 설사가 나서 낫지 아니한지라 천사께 아뢰니 가라사대 본래 그 아내가 주기 싫어 하였으므로 살기(殺氣)가 붙어있었느니 네가 그 살기를 맞았도다 하시고 닭국을 먹으라 하시거늘 공우 명하신 대로 함에 곧 나으니라.
3-64 하루는 부안 사람이 감주(甘酒)를 드리니 천사 물리쳐 가라사대 이것은 곧 구천하감주(九天下甘酒)거늘 네가 어찌 도적음식을 들이느냐 하시거늘 종도들이 그 사람에게 물으니 가로대 아내가 듣지 아니하므로 가만히 가져왔노라 하더라
3-65 구릿골에 계실 때 꿩 한 마리를 드리는 자가 있거늘 천사 받아두사 사흘을 지내니 꿩이 썩게 된지라 종도들이 아뢰니 하여금 삶아 먹게 하시고 조금도 맛보지 아니하시거늘 그 연고를 물은 대 가라사대 그 아내가 싫어하였으므로 그 꿩에 살이 박혀 있느니라 다시 물어 가로대 그러면 어찌 우리들로 하여금 살박힌 것을 먹게 하였나이까 가라사대 이제 그 살은 다 제(除)하였노라 하시니라.
3-66 구릿골 약방에 계실 새 양지에 글을 쓰시더니 전간제(全艮濟)의 문도(門徒) 오륙인(五六人)이 대립(大笠)을 쓰고 행의(行衣)를 입고 와서 선생님 뵈옵겠습니다 하며 절을 하거늘 천사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나는 너의 선생이 아니로다 하시며 절을 받지 아니하시니 그 사람들이 우두커니 섰다가 물러가니라.
3-67 하루는 공우를 데리시고 태인 보림면 장자동을 지나실 새 길 가에 있는 박씨 묘를 보시고 가라사대 이 혈(穴)이 와우형(臥牛形)인데 금혈형(琴穴形)이라고 혈명(穴命)을 잘못 지어서 발음이 잘 못 되었느니라 어디든지 혈명을 모르거든 용미(龍尾)없이 조분(造墳)하였다가 명사(名士)에게 혈명(穴命)을 지은 뒤에 용미를 달면 발음(發蔭)이 되느니라 하시니라.
3-68 하루는 공우에게 태인 살포정 뒤에 호승예불(胡僧 禮佛)을 써주리니 역군(役軍)을 먹일 만큼 술을 많이 빚어 넣으라 하시므로 공우 명하신 대로 하였더니 그 뒤에 천사 장사(葬事)지내주리라 하시며 종도들과 함께 잡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라.
또 가라사대 지금은 천지에 수기(水氣)가 돌지 아니하여 묘(墓)를 써도 발음이 되지 않느니라 이 뒤에 수기가 돌 때에는 와지끈 소리가 나리니 그 뒤에라야 땅 기운이 발하리라.
3-69 하루는 김덕찬에게 양지(洋紙) 한 장을 주시며 칠성경(七星經)을 쓰라 하시니 덕찬이 자양(字樣)의 대소(大小)를 물은 대 가라사대 수의(隨意)하여 쓰라 하시므로 덕찬이 뜻대로 쓰니 지면(紙面)에 만재(滿載)하고 다만 삼자(三字) 쓸만한 여백(餘白)이 남았거늘 이에 그 여백에 칠성경 삼자를 쓰라하사 불사르시니라
3-70 하루는 차경석을 앞에 세우신 후에 공우에게 몽치를 들리시고 윤경에게 칼을 들리사 그들로 하여금 네가 이 후에도 지금의 스승을 모시고 있듯이 변개(變改)함이 없겠느냐 일후에 만일 마음을 변개함이 있으면 이 몽치로 더수기를 칠 것이요 이 칼로 할복을 하리라고 경고하여 써 굴복케 하시니라.
3-71 공우 아내와 다투고 와 뵈인 대 천사 문득 꾸짖어 가라사대 나는 독(毒)함도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善)함도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니 네가 어찌 내 앞에 그런 패악(悖惡)을 행하느뇨 이제 천지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으려고 각 사람의 가정에 들어가서 기국(器局)을 시험하나니 만일 가정에서 솔성(率性)이 용착(庸窄)하여 화기(和氣)를 잃으면 신명들이 웃고 손가락질하여 기국이 하잘 것 없으니 어찌 큰 일을 맡기리오 하며 서로 이끌고 떠나느니 일에 뜻하는 자 어찌 일시라도 소홀하리오 하시니라.
3-72 하루는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평소에 잡되게 다니며 행하던 일과 부정한 뜻을 품었던 일을 낱낱이 생각하여 거둬들이라 공우 낱낱이 생각하여 아뢰니 일찍 서울서 왕(王)의 거동과 장상(將相)의 출입을 보고 마음으로 부러워하여 대장부 마땅히 이같으리라 하였던 일이 있었던 것을 아뢰니 가라사대 네가 그런 생각을 죄로 알았느냐 선으로 알았느냐 가로대 죄가 될지언정 선은 되지 못할까 하나이다 가라사대 그러면 내게 사배(四拜)하고 다시 그러지 않기를 심고(心告)하라 하시니라
3-73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언습(言習)을 삼가라 시속(時俗)에 먹고 살려고 좋은 반찬에 잘 먹고 나서는 문득 배불러 죽겠다고 말하며 일하여 잘 살려고 땀 흘리며 일한 뒤에는 문득 되어 죽겠다고 말하나니 이때는 말대로 되는 때라 병이 돌 때에 어찌 죽기를 면하리오 하시니라.
3-74 밥티 하나라도 땅에 흘린 것을 반드시 주으시며 가라사대 장차 밥 찾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치리니 어찌 경홀(輕忽)히 하리오 한낱 쌀이라도 하늘이 아느니라 하시니라.
3-75 하루는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도선(徒善)이라 복 마련하기 어렵도다 하시니라.
3-76 또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대상(大祥)이란 상자(祥字)는 상서(祥瑞)라는 상자(祥字)니라.
3-77 어떤 사람이 피난(避難) 곳을 물으니 가라사대 이 때는 일본사람을 잘 대접하는 것이 곧 피난이니라 가로대 무슨 연고니이까 가라사대 일본사람이 서방백호(西方白虎) 기운을 띠고 왔나니 숙호충비(宿虎衝鼻)하면 상해(傷害)를 받으리라 범은 건드리면 해를 끼치고 건드리지 아니하면 해를 끼치지 아니하며 또 범이 새끼친 곳에는 그 부근 동리까지 두호(斗護)하나니 그들을 사사로운 일로는 너무 거슬리지 말라 이것이 곧 피난하는 길이니라 청룡(靑龍)이 동하면 백호(白虎)는 물러가느니라.
3-78 또 가라사대 지난 임진란(壬辰亂)에 일본사람이 조선에 와서 성공하지 못하여 세가지로 한이 맺혀서 삼한당(三恨當)이 있다 하나니 먼저 도성(都城)에 들지 못하였음이 일한이요 인명(人命)을 많이 죽였음이 이한이요 수종(水腫)을 가르쳤음이 삼한이라 그러므로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여 먼저 도성에 들게 됨에 일한이 풀리고 인명을 많이 죽이지 않게 됨에 이한이 풀리고 고한삼년(枯旱 三年) 백지강산(白地江山)에 민무추수(民無秋收)하게 됨에 삼한이 풀리리라.
3-79 공우 여쭈어 가로대 수운가사에 「청송록죽(靑松綠竹)은 도통지연원(道通之淵源)이라」하였나이다 가라사대 만물이 다 철을 찾는데 오직 청송록죽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항상 푸르게 서 있으니 이는 철 못 찾는 물건이니라 하시니라.
3-80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선천에는 도수가 그르게 되어서 제자(弟子)로 선생(先生)을 해하는 자가 있었으나 이 뒤에는 그런 불의를 감행(敢行)하는 자는 배사율(背師律)을 받으리라.
81 하루는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죽어서 잘 될 줄 알면 죽겠느냐 공우는 천사께 아뢰는 말씀은 항상 씨가 되어 응험(應驗)됨이 전례(前例)이므로 죽을까 두려워하여 대하여 가로대 살아서 잘 되려하나이다 하니라.
3-82 천사 자기(自己)에게 대하여 심히 불경(不敬)하며 능욕(凌辱)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예로써 우대(優待)하심으로 종도(從徒)중에 혹 불가(不可)하게 생각하는 자가 있으면 곧 일깨워 가라사대 저들이 나에게 불경함은 나를 모르는 연고라 만일 나를 잘 안다면 너희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리라 저희들이 나를 알지 못하여 불경하며 능욕함을 내가 어찌 개의(介意)하리오 하시니라.
3-83 하루는 공우를 데리고 용화동을 지나시며 일러 가라사대 이곳이 용화도장(龍華道場)이라 이 뒤에 이곳에서 사람이 나서거든 부디 정분(情分)을 두고 지내라 하시니라.
3-84 천사 공우를 데리시고 전주 세내를 지나실 때 모악산을 가르키시며 물어 가라사대 금산쪽이 앞이 되겠느냐 세내쪽이 앞이 되겠느냐 하시니 공우는 세내쪽이 개랑(開郞)한 것을 좋게 생각하여 앞이 될 듯싶어 대답하려 할 때에 문득 질러 가라사대 금산쪽이 앞이니라 하시니라.
3-85 천사 부호를 싫어하사 혹 부호(富豪)를 천거하는 자가 있으면 매양 그 오는 길가 주막에 가서 폭잡을 수 없이 횡설수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싫어서 물러가게 하시는지라 종도들이 그 연고를 물은 대 가라사대 그들에게는 그 가진 재산 수효대로 살기(殺氣)가 붙어있나니 만일 그들의 추종을 허락할진대 먼저 그 살기를 제거하여 앞 길을 맑혀 주어야 할지니 허다한 시간을 낭비하여 공사에 지장(支障)이 있게 될지라 그러므로 차라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멀리 하려함이니 그 중에도 혹 혜두(慧竇)가 열려서 나를 알아보고 굳이 따르려 하는 자가 있으면 허락할 뿐이로다 하시니라.
3-86 어떤 사람이 무고히 남의 오해를 받아서 구설(口舌)이 일어남을 분히 여기거늘 가라사대 바람도 불다가 그치나니 남의 시비를 잘 이기라 동정(動靜)이 각기 때가 있나니 걷힐 때에는 흔적도 없이 걷히느니라.
3-8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무한한 공부를 들이나니 그러므로 모든 선령신(先靈神)들이 쓸 자손 하나씩 타 내려고 육십년 동안 힘을 들여도 못타는 자도 많으니라 이렇듯 어렵게 받아난 몸으로 꿈결같이 쉬운 일생을 헛되이 보낼 수 있으랴 하시니라 .
3-88 또 가라사대 어머니가 뱃속에서 십삭(十朔)동안 아이를 기를 때에 온갖 선을 다하다가 날 때에 이르러서는 일분간의 악(惡)을 쓰나니 이로써 악(惡)이 되느니라 하시니라.
3-89 어떤 사람이 병세문(病勢文)에 유천하지병자(有天下之病者)는 용천하지약(用天下之藥)이라야 궐병(厥病)이 내유(乃愈)라는 구절의 뜻을 물은 대 가라사대 천하사(天下事)에 뜻하는 자 일을 이루지 못하여 병을 이루어 골수(骨髓)에 들어서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하다가 어디서 좋은 소식이 들리면 물약자효(勿藥自效)하나니 이 일을 이름이라 운수에 맞추지 못한 자는 내종(內腫)을 이루리라..
3-90 하루는 종도들에게 맹자 한 절을 외워 주시며 가라사대 이 글을 잘 보아두면 이 책에는 더 볼 것이 없느니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천장강대임어사인야(天將降大任於斯人也) 필선노기심지(必先勞其心志) 고기근골(苦其筋骨) 아기체부(餓其體膚) 궁핍기신행(窮乏其身行) 불란기소위(拂亂其所爲) 시고(是故) 동심인성(動心忍性) 증익기소불능(增益其所不能)
3-91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도적 잡는 자를 포교(捕校)라고 부르나니 교를 전할 때에 포교(布敎)라고 일컬으라 우리 일은 세상에 모든 불의(不義)를 밝히려는 일이니 그러므로 세상에서 영웅이란 칭호를 듣는 자는 다 잡히리라
3-92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자손을 둔 신은 황천신(黃泉神)이니 삼신(三神)이 되어 하늘로부터 자손을 타 내리고 자손을 두지 못한 신은 중천신(中天神)이니 곧 서신(西神)이 되나니라.
3-93 김송환이 사후(死後) 일을 물은 대 가라사대 사람에게 혼(魂)과 넋(魄)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 신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사대(四代)가 지나면 영(靈)도 되고 혹 선(仙)도 되며 넋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대가 지나면 귀(鬼)가 되나니라.
3-94 하루는 김송환이 천사께 여쭈어 가로대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나이까 가라사대 있느니라 또 가로대 그 위에 또 있나이까 가라사대 또 있느니라 하사 이와같이 아홉번을 대답하신 뒤에는 가라사대 그만 알아두라 하시니라 이 뒤에 송환에게 만사불성(萬事不成)이라 평하시니라.
3-95 어떤 사람이 물어 가로대 제사에 우는 것이 옳으니이까 울지 아니하는 것이 옳으니이까 가라사대 원통(寃痛)히 죽은 신에게는 우는 것이 옳되 원통이 없이 죽은 신에게는 울지 않는 것이 옳으니라.
3-9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한 농부가 이른봄 농한기에 그 버는 논에 똘을 깊이 파서 수원지에 이르게 하니 여러 사람이 부질없이 힘들이는 것을 비웃어 가로대 이 논은 예로부터 천수만 받아도 흉작이 없어 왔는데 쓸데없는 힘을 이렇게 들이느뇨 하더니 이해에 크게 가물어서 온 들이 적지(赤地)가 되었으나 그 농부는 파놓았던 똘로 물을 끌어대어 가뭄을 면하여 농사를 잘 지었나니 이 일을 알아두라 하시니라.
3-97 하루는 한 술객(術客)이 이르거늘 천사 허령부(虛靈符)를 그려 보이시며 가라사대 이제 동양이 서양으로 떠 넘어가는데 공부(工夫)하는 자들이 이 일을 바로 잡으려는 자가 없으니 어찌 한심치 아니하리오 그대는 부질없이 떠돌지 말고 나와함께 이 일을 공부 들임이 어떠하뇨 그 술객이 놀래어 가로대 나는 그 능력이 없나이다 천사 그 무능함을 꾸짖어 쫓으시니라.
3-98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서양이 곧 명부(冥府)라 사람의 본성이 원래 어두운 곳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하나니 이것이 곧 배서향동(背西向東)이라 만일 서양 사람을 믿는 자는 이롭지 못하리라.
3-99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시속(時俗)에 전명숙의 결(訣)이라 하여 전주 고부녹두새라 이르나 이는 전주 고부 녹지사(祿持士)라는 말이니 장차 천지녹지사가 모여들어 선경을 건설하게 되리라.
3-100 또 가라사대 사십팔장(四十八將) 느려 세우고 옥추문(玉樞門)을 열 때에는 정신차리기 어려우리라 하시니라.
3-101 이언(俚言)에 짚으로 만든 계룡이라 하나니 세상이 일러주는 것을 모르나니라 하시니라.
3-102 안내성이 일본 사람과 싸워서 몸에 상해를 입고 와 뵈인 데 가라사대 이로부터 너는 내 문하에서 물러가라 너의 죽고 사는 일을 내가 간여(干與)치 않겠노라 내성이 이유를 몰라서 엎드려 대죄(待罪)하니 가라사대 시속에 길성(吉星) 소조(所照)를 말하나 길성이 따로 있는 곳이 없고 일본 사람을 잘 대접하는 곳에 길성이 비치나니 네가 이제 일본사람과 싸우는 것은 스스로 멸망을 취함이라 내가 어찌 너를 가까이 하리오 하시니라.
3-103 하루는 종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사람마다 그 닦은 바와 기국(器局)을 따라서 그 임무를 감당(堪當)할 만한 신명이 호위하여 있나니 만일 남의 자격(資格)과 공부(工夫)만 추앙(推仰)하고 부러워하여 제 일에 해태(懈怠)한 마음을 품으면 신명들이 그에게로 옮아가느니라.
3-104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부모의 시신(屍身)을 묶어서 묻는 것은 부모를 원수(怨讐)스럽게 아는자라 묶지도 말고 그대로 입관(入棺)하여 흙으로 덮어두는 것이 옳으니라
3-105 공우 천사의 명을 받아 각처(各處)에 순회(巡廻)할 때 하루는 어디서 천사를 믿지 아니하는 언동을 보고 돌아와서 아뢰려 하니 문득 미리 알으시고 얼굴을 외로 돌리시거늘 공우 깨닫고 말을 멈추니 가라사대 어디서 무슨 부족한 일을 볼지라도 큰 일에 낭패 될 일만 아니면 항상 좋게 붙여서 말하라 하시니라.
3-106 하루는 공우를 데리고 태인 돌창이 주막에 들리사 경어(敬語)로써 술을 불러 잡수시고 공우에게 술을 불러 먹으라 하시거늘 공우는 습관대로 낮은 말로 술을 불러 먹었더니 일러 가라사대 이 때는 해원시대라 상(常)놈의 운수니 반상(班常)의 구별과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아니하여야 속히 좋은 세상이 되리니 이 뒤로는 그런 언습(言習)을 버리라 하시니라.
3-107 형렬이 물어 가로대 병을 고치어 주시고도 병자에게 알리지 아니하시고 자식을 태어주고도 알리지 아니하시니 무슨 연고니이까 가라사대 나의 할 일만 할 따름이니 남이 알고 모름이 무슨 관계가 있으리오 남이 알기를 힘씀은 소인의 일이니라
3-108 종도들에게 남 속이지 않는 공부를 시키사 비록 성냥이라도 다 쓴 뒤에는 그 빈갑을 깨어서 버리라 하시니라.
3-109 구릿골에 계실 때 하루는 신경수가 이르거늘 어느 종도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으니 놀러 왔다고 대답하는지라 천사 좌우를 명하사 쫓으시며 가라사대 여기는 노는 곳이 아니니 노는 자는 오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3-110 종도들에게 항상 참는 공부를 가르치사 남에게 분한 일을 당할지라도 대항 하지말고 자기의 과실을 생각하여 끌으라 하시므로 종도들은 항상 그와 같이 닦더니 하루는 경석의 집에 계실 때 경석의 종형(從兄)이 술을 취하고 와서 경석에게 무수히 패설(悖說)을 하되 경석이 한 말도 대답치 않고 탄(嘆)하지 아니하니 더욱 기승(氣勝)하여 무소부지(無所不至)하다가 오랜 뒤에 스스로 지쳐서 돌아거거늘 천사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기운이 너무 빠졌으니 좀 회복하라 덕으로만 처사하기는 어려우니 성(聖)과 웅(雄)을 합하여야 하나니라.
3-111 공우 사소한 일로 형렬의 일가 사람과 쟁론할 때 구릿골 김씨를 도륙(屠戮)하리라 하거늘 천사 꾸짖어 말리셨더니 그 뒤에 공우 형렬의 집에 다시 이르니 우연히 김씨 제족(諸族)이 다 모이는지라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가 못올 데를 왔나니 이곳이 너의 사지(死地)니라 공우 대하여 가로대 김씨 일족이 비록 많으나 내가 어찌 두려워 하리이까 하니 김씨들이 듣고 웃으며 공우도 또한 웃어 이로서 화해되니라 대저 천사께서 종도들로 하여금 악담을 못하게 하심은 척이 되어 보복됨을 인함이러라.
3-112 최창조의 아내가 매양 천사께서 오시는 것을 싫어하더니 하루는 천사께서 밥때를 어기어서 이르거늘 밥짓기를 싫어하여 마음에 불평을 품었더니 천사 창조에게 일러 가라사대 도가(道家)에는 반드시 아내의 뜻을 잘 돌려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어기지 않고 순응하여야 복이 이르나니라 하시니 이 때에 창조의 아내가 방문밖에 지나다가 그 말씀을 듣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속마음까지 살피심을 놀래어 마음을 고치니라.
3-113 어떤 사람이 경석에게 이르되 그대의 장인(丈人)이 요술쟁이에게 요술을 배우려한다 하며 바람맞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노라 하니 경석이 가로대 내가 어찌 바람맞았으리요 말하는 그가 바람 맞았도다 하였더니 그 사람이 나간 뒤에 천사 경석을 꾸짖어 가라사대 너는 대인(大人)공부를 하는 사람이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제 노릇 하려고 하는 말을 네가 탄(嘆)하여 같이하면 너는 그와 같은 사람이 될지니 무엇으로 대인(大人)을 이루겠느냐 하시니라
3-114 종도들이 천사를 모시고 출행할 때에 풍우한서(風雨寒暑)를 따라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말하는 대로 천기(天氣)를 돌려서 편의(便宜)를 보아주시니 하루는 가라사대 너희들이 이 뒤로는 추워도 춥다 하지 말고 더워도 더웁다 하지 말고 비나 눈이 와도 괴로운 말을 내지 말라 천지에서 쓸 데가 있어서 하는 일을 항상 말썽을 부리면 역천(逆天)이 되느니라 하시니라.
3-115 하루는 공우를 데리고 어디를 가실 때 공우를 명하사 우산을 사서 들리고 가시니 공우는 천사 원래 우산을 받는 일이 없었고 비록 비오는 날에 길을 가실지라도 비가 몸에 범하는 일이 없었던 일을 생각하여 이상히 여기더니 뜻밖에 비가 오는지라 천사 공우에게 우산을 받으라 하시니 공우는 천사께 받으시기를 청하여 서로 사양하다가 함께 비를 맞아 옷이 함빡 젖으니 천사 가라사대 이 뒤로는 우산을 들지말라 의뢰심(依賴心)과 두 마음을 품으면 신명의 음호(蔭護)를 받지 못하나니라.
3-11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한 대인이 천하사를 경영하여 먼길을 떠남에 그 부모 처자는 의탁할 곳이 없는지라 종유중(從遊中) 한 사람이 그 일을 근심하여 구호(救護)할 길을 백방(百方)으로 생각하나 힘이 미치지 못함을 한탄하더니 마침 장에 가서 고기전을 지나다가 다시 그 일이 생각켜서 길을 멈추고 공상에 잠기어 머뭇거리는지라 전(廛)사람이 이상히 여겨 연고를 물음에 그 정곡(情曲)을 말하니 전사람이 감동하여 함께 대인의 집에 가서 스스로 구호를 담당하여 생활비를 계속하여 공급하였더니 그 뒤에 대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부모와 처자가 안녕하거늘 그 연고를 물어서 알고 그 사람에게 후히 갚었다 하니라.
3-11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전에는 판이 좁아서 성(聖)으로만 천하를 다스리기도 하고 웅(雄)으로만 다스리기도 하여왔으나 이제는 판이 넓어서 성과 웅을 합하여 하나니라.
3-118 어떤 사람이 여쭈어 가로대 깎은 머리로 선생께 와 뵈옵기 황송하여이다 한 대 가라사대 머리에 상관이 없고 다만 마음을 보노라 하시니라.
3-119 신원일이 여쭈어 가로대 이제 중국이 혼란하야 인민이 도탄(塗炭)에 들었사오니 선생의 무소불능(無所不能)하신 권능으로 그 인민을 건지시고 그 왕위에 오르사이다 가라사대 벼슬은 넘나들지라도 왕은 제나라 사람이 하여야 호원(呼寃)이 없나니라.
3-120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부인이 천하사를 하려고 염주(念珠)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쳤으니 장차 부인의 천지를 만들려함이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 할 것이오 남녀동권(男女同權)시대가 되리라
3-121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시속에 병신(病身)이 육갑(六甲)한다고 하나니 서투른 글자나 안다고 손가락을 곱작거리며 아는체 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3-122 하루는 장성원에게 글 한절(節)을 써주시며 뒷날 보라하시니 이러하니라 「장교자패(將驕者 敗)니 견기이작(見機而作)하라」
3-123 팔월에 구릿골에 계실 때에 차경석이 종사(從事)함으로부터 살림을 돌보지 아니하야 가세가 날로 쇠패(衰敗)하여 지는지라 아우 윤칠이 불평히 생각하되 천사를 따르면 복을 받는다 하더니 이제 복은 멀어지고 빈궁이 따라 드니 이는 한갖 속임에 지나지 못함이라 내가 선생께 가서 질문하리라 하고 구릿골로 오다가 길에서 비를 만나고 진흙에 엎드려저 의복을 망쳐가지고 들어오니 천사 놀랜 빛으로 일러 가라사대 이 근처에 의병이 출몰하므로 일병이 사방으로 정탐하니 만일 네가 비 맞고 길 걷는 모양을 보면 의병으로 혐의하여 큰 욕을 줄 것이나 조용한 곳에 숨어있어 내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 하시고 형렬로 하여금 잘 숨겨두었다가 이튿날 윤칠을 부르사 돈 열닷냥을 주시며 가라사대 내가 수일 후에 정읍으로 가리니 돌아가서 기다리라 윤칠은 무렴에 쌓였을 뿐 아니라 수일 후에 정읍으로 오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좀 풀려서 질문은 뒷날로 미루고 돌아가니라.
3-124 천사 윤칠에서 또 일러 가라사대 네 매씨(妹氏)를 잘 공양하라 네 매씨가 굶으면 천하 사람이 모두 굶을 것이요 먹으면 천하 사람이 다 먹을 것이요 눈물을 흘리면 천하사람이 다 눈물을 흘릴 것이요 한숨을 쉬면 천하 사람이 다 한숨을 쉴 것이요 기뻐하면 천하사람이 다 기뻐하리라 하시니라.
3-125 수일 후에 고부 와룡에 가사 경석에게 기별(寄別)하시되 나를 보려거든 학동으로 오라 하시거늘 이튿날 경석이 학동으로 와 뵈이니 천사 돈 십오원을 주시며 가라사대 너를 부르기는 이 일극(一極)을 주려함이라 내가 윤칠을 두려워서 네 집에 가지 못하노라 경석이 돈을 받으며 황송하여 여쭈어 가로대 무슨 일로 그리하시니이까 가라사대 일전에 윤칠이 살기를 띄고 구릿골에 왔는데 돈이 아니면 풀기 어렵기로 돈 삼원을 주어서 돌려보냈노라 경석이 황망히 돌아와서 윤칠을 불러 물으니 과연 사실을 자백하더라.
3-126 이튿날 학동을 떠나실 때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의 이번 길은 한사람의 절을 받기 위함이니 이번에 받는 절이 천하에 넓게 미치리라 또 가라사대 경석에게 한 짐을 잔뜩 지워 놓으니 이기지 못하고 비척거린다 하시니라
3-127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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