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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밖 과수원 길

동구밖 과수원 길 1

열린마당  호롱불 호롱불님의 글모음 쪽지 2015-06-14 03:30 9,214
고창읍내에서 선운사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향토문화유산 제2호 도산서당이 있는 "도산"이란 마을이 있다. 거기에 왼편으로 산이 하나 있는데 초가집이 딱 한 채가 있다. 원래 10m 옆쪽으로 집이 있었는데 간첩이 와서 불 질러 타버려 옆쪽으로 옮겨서 새로 지은 집이었다.
 

이쪽으로 이사 오기 전에 아버지가 전 재산 털어서 선운사 입구에 논밭을 다 샀는데 사기꾼에게 속아 샀는지 밭은 자갈로 뒤덮여 있는 품질저하 밭이었고 논은 모심어 놓으면 구렁이가 논둑에 자꾸 구멍을 내어 농사가 망치고 망치는 희한한 일이 반복되어 이래저래 쫄딱 망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아는 얘기)
 
그래서 도산이란 마을에 올인을 해서 산 속에 들어왔는데 주위에 온통 귀신 나오는 가장 묘들이 많이 널려있었다.
 
식수로 먹는 물은 작은 웅덩이 방죽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무거운 물 항아리 이고 가면 소금쟁이가 튀어 다니고 개구리 뛰고 어쩔 때는 뱀도 스스륵 물위로 헤엄쳐 다녔다. 그래도 그 물을 마시며 살았다.
 

훗날 마당에 우물을 파서 손으로 펌프질 하는 수도설치를 했다.
 
그리고 밤나무도 좀 있어서 그늘 아래서 숙제하면 알밤이 머리로 톡! 하고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 옆쪽으로는 수박, 참외 농사를 지었는데 다 익어 갈 즈음 되면 칠흑 같은 밤에 사람들이 와서 수박 등을 따가서 농사를 망칠 때가 있었다.
 

시골 산속에 달도 안 떠서 빛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1m 앞이 안 보이는 밤인데 어떻게 수박과 참외를 따갔을까 하고 아버지가 분석해봤더니 이렇게 따간다.
 
서리꾼은 수박밭에 들어가 앞이 안 보이니까 드러누워서 뒹구는 거다. 뒹굴면 어깨죽지나 등에 뭐가 툭! 하고 걸리면 손으로 더듬어서 따고 뒹굴다 뭐가 툭! 하고 어깨죽지나 등에 걸리면 손으로 더듬어서 따간 것이다. 그러니 익은 것 안 익은 것 다 따버리니 농사를 망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햐!!
그나저나 도둑도 저런 지혜가 있어야 해먹는 건가 보다.

 

그 말씀을 듣고 당시 어린 나이지만 감탄을 했다.
앞글(손가락에 얽힌 사연)에서 단전 호흡시 방해했다는 벅구가 이 집에서 컸었다.
 
이놈이 두더지와 뱀도 곧 잘 잡았다.
 
두더지를 잡아놓으면 줄로 걸어서 처마 밑에 놔두면 마르는데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약으로 쓴다고 하면 아버지가 주시곤 했었다.


근데 벅구 이놈이 산에 땔감 하러 오는 아저씨 아주머니를 물어서 아버지에게 회초리로 맞을 때가 있는데 맞는 날은 삐져서 밥도 안 먹고 자기 때린 회초리 물어다가 이빨로 아작아작 씹어 놓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밥 먹으라고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꼭 사과를 해야 밥을 먹곤 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읍내로 나와 얼마 못살고 방에 들어와 이불에 머리 처박고 죽은 것이다.
 
재밌는 것은 벅구에게 물린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는 소리가 있었다.
 

저 놈의 개는 이상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개들은 낯선 사람이 오면 짖어대는데 이 놈의 개는 부엌에 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서 순진한 개인 줄 알고 부엌에 갔는데, 물 마시고 나오자마자 갑자기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버린다고 한다. 처음부터 짓거나 그러면 안 들어 갔을터인데 들어갈 때 까지 가만히 지켜보고서 순진한 개로 인식 시킨 뒤에 꼭 나오면 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는 물린 사람 허벅지에 벅구 털을 잘라서 된장을 섞어 발라주고 연신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그랬다.
 

 


사실 벅구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이 집에 살 때는 꽃뱀이 여동생 쫒아와 발뒤꿈치 물고 달아난 적이 있었고, 종이가 귀한 시절이라 담배종이 주워서 화장실용 후지로 사용하다가 X구멍 불나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증산한다고 퇴비 가져오라고 하면 소깔 낫으로 수북히 뜯어놨다가 


다음날 학교 갈 때 한 짐 매고 낑낑 거리며 등교 했었고

학교에서는 겨울 난로 피운다고 선생님과 함께 


학급 전체가 솔방울 주우러 산으로 몰려 다니곤 했었다.
 

*살려내자, 살려내자! (道典 11;385:3)
*증산(增産)하여야 산다. 증산(甑山)이 증산(增産)이니라. 법은 서울로부터 퍼지나니 증산하여야 산다,
백대 일손(百代一孫)이 백대일순(百代一淳)이니 신농씨부터 백대일순이니라. (道典 11:259:1~5)

화송 쪽지 2015-06-15 17:05
겨울에 난로 피운다고 반전체가 산에가서 솔방울 따던 국민학교시절 ㅋㅋㅋ
퇴비증산 한다고 풀을 학교로 가져가던 생각....
아련한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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