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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젖산발효

김치,젖산발효

열린마당  화송 화송님의 글모음 쪽지 2014-11-12 23:08 10,683
젖산 발효, 김치

 

다른 나라에 없는 대표적인 가전제품 중 하나가 바로 '김치 냉장고'일 것이다. 김치라는 음식을 위해 냉장고 하나를 더 장만하는 사람들에게 김치의 의미를 새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김치의 능력은 지난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파동 때 실감할 수 있었다. 김치가 면역력을 증강시켜 사스를 예방하는 식품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에게도 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사건이었다.

 

각종 야채의 신선한 풍미, 소금 맛, 매운 향신료의 맛, 젓갈의 감칠맛 그리고 젖산의 신맛이 어우러져 제대로 된 김치의 맛이 완성된다. 특히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젖산이 만들어낸 신맛이다. 일본의 '기무치'와 우리 김치의 다른 점이 젖산에 의한 '발효'이다. 우리의 김치는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독특한 풍미와 영양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의 기무치는 대부분 발효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먹기 때문에 단순한 절임 식품에 불과하다. 절임류라고 해서 발효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지금도 김치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김치 발효를 학계에서는 전문적으로 '젖산 발효'라고 구분한다. 주요 재료인 배추와 무의 세포 속에 있는 효소가 작용해 생겨난 당분이나 아미노산이 여러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미생물들이 자라면서 김치의 발효가 시작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미생물인 젖산균이 생겨나 젖산을 만들어낸다. 염분과 젖산균이 만들어낸 산에 의해 다른 미생물들은 점차 죽게 되어 결국 젖산균이 김치 안에 남게 된다.

 

김치가 막 발효되기 시작할 때는 젖산 이외에 유기산과 탄산가스까지 생산하는 '이상 젖산발효균'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김치 국물이 보글거리거나 용기에서 넘쳐흐르는 것은 이들 이상 젖산발효균 때문이다. 하지만 김치가 완전히 익는 단계에서는 '정상 젖산발효균'이 젖산만을 생산해 산성 상태로 발효가 안정된다. 이때의 김치는 비로소 상쾌하게 신맛을 내면서 김치다워진다.

 

우리 김치의 우수함은 바로 이 젖산균과 젖산 때문이다. 즉, 잘 익은 김치가 영양상의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젖산은 우리 몸 안에서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시키고 유해한 세균의 번식은 억제하며, 소화된 음식물이 잘 배설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젖산균은 발암 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타민 B군을 발생시켜 비타민 함량을 2배 가까이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젖산균은 해로운 균을 죽일 뿐 아니라 몸 안에 있는 회충의 알까지 죽여 그 옛날에는 구충제 역할까지 도맡았던, 그야말로 건강식품이었다.

 

김치의 레시피는 넓게는 지방별로, 좁게는 집집마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하다. 주재료에 따라 나누는 김치류만 해도 배추김치, 나물김치, 물김치, 깍두기류, 동치미류 등이며 명칭상 구분되는 것만도 200여 종이 넘는다. 일반적으로 겨울용 김장 김치는 양념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여름철에는 좀더 담백하게 담근다. 남쪽 지방에서는 짜게, 북쪽 지방에서는 싱거운 대신 맵게 담근다. 젓갈도 서울 지방은 새우젓을 선호하는 반면 전라도 지방은 멸치젓을 애용한다. 김치가 가진 영양학적 우수성은 풍부한 속재료와 양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주요 양념은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을 기본으로 굴이나 오징어, 명태살 같은 해물이 첨가되기도 한다. 고춧가루의 캡사이신(capsaicin), 마늘의 알리신(allicin) 등은 항산화, 항균, 항암, 콜레스테롤 저하, 동맥경화 억제, 체지방 분해의 작용을 한다. 결국 김치를 먹음으로써 미용 효과로서 노화가 방지되고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이 증강되는 것은 모두 이들 덕분이다. 한때 일본 등지에서 유행해 우리나라로 넘어온 '고춧가루 다이어트'는 고추 안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을 이용해 체지방을 분해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한 첨가된 젓갈과 각종 해물은 김치에 부족한 단백질을 제공하며, 화학적으로는 김치 재료의 성분을 변화시켜 김치의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단지 저염식이 건강에 좋다는 차원에서 소금의 양을 줄이면서도 저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좀더 연구되어야 한다.

 

김치의 젖산균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려면 김칫독에서 김치를 꺼낸 다음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꼭꼭 눌러놓아야 한다. 공기를 통해 기타 세균이 김치 속에 자라면 김치의 젖산 발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래 묵은 김치의 군내는 이런 기타 세균과 곰팡이의 작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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